지금 카페에서 나오는 그 노래, 만든 사람이 없어요
혹시 아세요? 요즘 동네 카페나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흘러나오는 배경음악 중 상당수가 애초에 '작곡가'라는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 노래라는 거요.
작사가도 없고, 세션 연주자도 없고, 가수도 없어요. 누군가 텍스트 몇 줄을 입력했더니 30초 만에 뚝딱 나온 곡이거든요.
실제로 지난 9월, 경향신문이 "내 귀에 AI···카페 점령한 '딸깍 음악'"이라는 제목으로 이 현상을 다뤘어요(정확한 비중까지는 확인이 어렵지만, 카페 사장님들 사이에서 저작권료 부담과 관리 편의성 때문에 AI 생성 배경음악을 트는 게 눈에 띄게 늘었다는 내용이었죠).
그런데 이게 단순히 "AI가 신기하네" 수준의 얘기가 아니에요. 지금 미국에서는 이 시장에 조 단위 돈이 몰리고 있고, 메이저 음반사들이 소송 걸었다가 화해하고 아예 손잡는 초유의 일까지 벌어지고 있거든요. 오늘은 이 얘기를 좀 해볼게요.
원조: 소송 걸릴 걸 알면서도 밀어붙인 스타트업들
이 흐름의 원조는 2023년 등장한 Suno와 Udio예요. 텍스트 프롬프트만 입력하면 멜로디·반주·보컬까지 완성된 곡을 몇 분 안에 뽑아주는 서비스들이었죠.
문제는 이 모델들을 학습시킬 때 저작권자 허락 없이 기존 음원을 대량으로 긁어다 썼다는 의혹이었어요. 그래서 2024년 6월 24일, 소니뮤직·유니버설뮤직·워너뮤직 3대 메이저 레이블이 미국음반산업협회(RIAA)를 앞세워 Suno와 Udio를 동시에 저작권 침해로 제소했습니다.
처음 소장에 적시된 침해곡은 560곡이었는데, 이후 오디오 지문 인식 서비스 Audible Magic으로 대조한 결과 6만 1,026곡까지 늘어났어요. 미국 저작권법상 고의 침해는 곡당 최대 15만 달러 배상이 가능해서, 이론상 최대 배상액이 약 90억 달러(약 12조 원)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죠(어디까지나 이론상 상한선이고, 실제 배상액은 이보다 훨씬 낮게 합의될 가능성이 커요).
이 정도면 회사가 휘청여야 정상인데, 오히려 투자는 더 몰렸어요. Suno는 2025년 11월 2억 5천만 달러를 유치하며 기업가치 24억 5천만 달러를 인정받았고, 2026년 6월에는 시리즈 D로 4억 달러를 추가 유치하면서 기업가치가 54억 달러(약 7조 5천억 원)까지 뛰었습니다(Bond Capital 주도, Forerunner·Union Square Ventures 등 참여). 연환산매출(ARR)은 약 3억 달러 수준으로 추산된다고 해요(전체 AI 음악 시장의 5~6% 정도를 차지한다는 분석도 있는데, 이 비중 수치는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소송이 걸려 있는데도 밸류에이션이 두 배 넘게 뛴 거예요. 시장이 "소송 리스크보다 이 시장이 진짜 커질 거다"에 베팅한 셈이죠.
폭발: 소송이 라이선스 계약으로, 가짜 밴드가 진짜 차트로
미국에서 이 트렌드가 정말로 '터진' 지점은 두 가지예요. 하나는 소송이 합의·라이선스 계약으로 바뀐 것이고, 다른 하나는 AI 음악이 실제로 대중문화에 침투해버린 사건이에요.
1) 소송에서 라이선스 비즈니스로
- 2025년 10월, 유니버설뮤직이 Udio와 합의하고 라이선스 파트너십을 발표했어요.
- 2025년 11월 25일, 워너뮤직도 Suno와 소송을 끝내고 "업계 최초"라는 라이선스 파트너십을 맺었습니다. Suno는 무허가 학습 모델을 전부 폐기하고, 2026년부터 완전히 라이선스된 새 모델을 내놓기로 했어요. 무료 계정 다운로드를 제한하고, 무료 곡의 상업적 이용도 금지하는 조건이 붙었죠.
- Udio는 아예 서비스 성격을 바꿨어요. 프롬프트로 신곡을 만드는 방식에서, 라이선스된 음원을 리믹스·매쉬업하며 노는 '팬 인게이지먼트 플랫폼'으로 전환 중이고, 만든 결과물은 플랫폼 밖으로 반출도 안 되는 '월드가든' 구조로 바뀌고 있어요.
- 반면 유니버설뮤직·소니뮤직은 여전히 Suno를 상대로 소송 중이고, 2026년 4월 기준 합의 협상이 교착 상태라는 보도도 있었어요(진행 상황이라 앞으로 바뀔 수 있어요).
- 흥미로운 건 유럽 쪽 판결이에요. 독일 음악저작권협회 게마(GEMA)가 2025년 1월 Suno를 제소했는데, 2026년 7월 31일 뮌헨 지방법원이 "Suno가 권리자 동의 없이 음원을 학습에 쓴 건 저작권 침해"라며 게마 손을 들어줬어요. 미국이 합의·라이선스로 가는 동안, 유럽은 법원이 먼저 "침해"라고 못 박아버린 거죠. Suno는 항소할 수 있는 상태고요.
2) 존재하지 않는 밴드가 스포티파이 차트에 오르다
2025년 6월, The Velvet Sundown이라는 사이키델릭 록 밴드가 스포티파이에 등장했어요. 데뷔 한 달도 안 돼 월간 청취자 40만 명을 넘겼고, 여름께는 140만 명까지 찍었습니다. 대표곡 'Dust on the Wind'는 스트림 수 110만 회를 넘겼고요.
문제는 이 밴드가 실존 인물이 아니라 Suno로 만든 완전 AI 프로젝트였다는 거예요. 처음엔 부인하다가 결국 "이건 하나의 도발(provocation)이었다"며 AI 프로젝트임을 공식 인정했죠. 이 사건 이후 음악업계에서 "스트리밍 플랫폼이 AI 생성 음악에 라벨을 의무적으로 붙여야 한다"는 논쟁이 본격적으로 불붙었어요.
비슷한 시기, 유명 프로듀서 팀발랜드도 이 흐름에 정면으로 뛰어들었어요. 2025년 6월 AI 엔터테인먼트 회사 Stage Zero를 설립하고, "세계 최초의 AI 네이티브 팝 아티스트"라는 캐릭터 TaTa를 데뷔시켰죠. 스스로 'A-pop(artificial pop)'이라는 장르명까지 붙였어요. NPR은 이를 두고 "길을 잘못 든 기계 속 유령"이라며 꽤 비판적으로 다뤘지만, 메이저 프로듀서가 직접 AI 아티스트 레이블을 차렸다는 것 자체가 상징적인 사건이었어요.
한편 뮤지션 그라임스는 정반대로, '합법적으로' 자기 목소리를 AI에 라이선싱하는 모델을 개척했어요. 그의 프로젝트 Elf.Tech는 그라임스 목소리를 학습한 보컬 모델을 무료로 풀어주되, 상업적으로 발매하려면 마스터 로열티를 그라임스와 50:50으로 나누는 구조예요. TuneCore를 통해 유통되고, 2026년 6월 기준 'GrimesAI' 명의로 정식 발매된 곡이 168곡에 달한다고 해요. 소송이 아니라 라이선스로 푸는 또 다른 롤모델인 셈이죠.
한국: 규제는 조이는데, 시장은 이미 움직이고 있어요
한국 상황은 좀 복합적이에요. 규제는 확실히 신중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시장에서는 이미 조용히 자리 잡는 중이거든요.
규제 쪽을 먼저 보면, 한국음악저작권협회(KOMCA)는 2025년 3월 24일부터 'AI 활용 저작물 등록 유보' 방침을 시행했어요. 작사·작곡 등 창작 과정에 AI가 조금이라도 관여한 곡은 저작권 등록 자체를 보류하는 강경한 조치였죠(다만 기존 곡에 다국어 보컬을 AI로 입히는 것처럼 '제작·녹음' 단계의 AI 활용은 대상이 아니었어요). 감사원이 2026년 3월 "AI 저작권 관리가 부실하다"고 지적하기도 했고요.
그러다 2026년 8월 3일부터는 조금 완화된 새 기준이 시행됐어요. 사람이 실질적·주도적으로 창작에 참여한 경우엔 등록을 허용하되, 프롬프트 몇 줄만 넣어서 AI가 전적으로 만든 결과물은 여전히 등록 대상에서 빠져요. 미국 대법원도 2026년 3월 "AI가 만든 창작물엔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판결을 냈다는 보도가 있었는데(주요 방향은 맞지만 세부 내용은 다시 확인이 필요해요), 한국도 비슷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 셈이죠.
시장 쪽은 얘기가 좀 달라요.
- 앞서 말한 것처럼 카페·매장 배경음악 시장에서는 이미 AI 생성곡이 저작권료 부담과 관리 편의성 때문에 눈에 띄게 늘고 있어요. (물론 같은 프롬프트 스타일이 반복돼서 손님들 사이에서 "음악이 다 비슷비슷하다"는 불만도 같이 나오고 있고요.)
- 국내 스타트업도 이미 이 판에 있어요. 2018년 설립된 포자랩스는 네이버 D2SF·KB인베스트먼트·본엔젤스·CJ ENM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았고, 2024년 10월엔 게임·광고·드라마용으로 저작권 걱정 없는 맞춤 음원을 만들어주는 B2B 서비스 '포자 스튜디오'를 내놨어요. 한국이 완전히 뒤처진 시장은 아니라는 얘기예요.
- 유튜브 쪽에서도 개인 단위 사례가 나오고 있어요. AI로 가사·멜로디를 만들어 로파이·플레이리스트 영상으로 올리는 국내 채널 '시소 웨이브(SISO WAVE)'는 월 수익이 약 4,500달러(약 600만 원) 수준으로 추산된다는 보도가 있었어요(개별 채널 추산치라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정리하면, 한국은 "저작권 등록"이라는 제도적 문턱은 미국보다 오히려 신중하게 세워두면서도, 실제 활용(매장 음악, B2B 사운드 제작, 개인 콘텐츠)에서는 이미 조용히 올라타고 있는 애매한 중간 지점에 있는 거예요. 그리고 이 애매함이야말로, 제도가 완전히 자리 잡기 전인 지금이 오히려 움직이기 좋은 타이밍이라는 뜻이기도 하고요.
균형: "억대 번다"는 착각이에요
여기서 김 좀 빼고 갈게요. 이 트렌드, 생각보다 개인이 떼돈 벌기는 어려워요.
스포티파이 기준 스트림 1회당 로열티는 대략 0.003~0.005달러 수준이에요. 10만 스트림을 모아야 겨우 300~500달러(약 40~70만 원)를 손에 쥔다는 계산이 나오죠. Boomy 같은 생성·유통 플랫폼은 여기서 수수료까지 떼 가고요.
실제로 국내 사례 중에는 매출 1,000만 원 규모로 채널을 키워도, 인건비·제작비를 빼면 순수익이 200만 원이 안 되는 경우도 있다는 보도가 있었어요. "AI로 노래 만들어서 월 수천만 원 번다"는 식의 홍보 문구는 대부분 극히 일부 사례를 부풀린 것으로 보는 게 안전해요.
법적 리스크도 아직 안 끝났어요. 유니버설·소니는 여전히 Suno를 상대로 소송 중이고, 독일에서는 이미 침해 판결이 나왔죠. 한국에서 상업적으로 유통하려면 KOMCA의 새 등록 기준(사람의 실질적 기여 입증)을 충족해야 하고요. "일단 만들어서 아무 데나 올리면 된다"는 접근은 위험할 수 있어요.
예술적 진정성 논쟁도 계속돼요. 팀발랜드의 TaTa 프로젝트에 쏟아진 "영혼 없는 콘텐츠"라는 비판, Velvet Sundown이 정체를 숨기려 했다가 들킨 사건은 "AI 음악을 사람이 만든 것처럼 속이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여전히 크다는 걸 보여줘요. 청취자들도 "다 비슷하게 들린다"는 피로감을 느끼기 시작했고요.
그래서, 지금 뭘 할 수 있을까요
과장은 걷어내되, 기회 자체가 없는 건 아니에요. 실제로 지금 시도해볼 만한 것들을 정리해봤어요.
- 콘텐츠 제작자라면 — Soundraw, AIVA 같은 서비스를 구독해서 유튜브·광고·앱에 쓸 저작권 걱정 없는 배경음악을 확보하세요. AIVA는 월 49유로 요금제부터 완전한 저작권을 인정해주고, Soundraw는 구독 해지 후에도 영구 라이선스가 유지돼요.
- 부업으로 시도한다면 — Suno나 Udio로 로파이·플레이리스트 채널을 운영하는 방법이 있어요. 다만 SISO WAVE 사례처럼 자리 잡기까지 최소 3개월은 수익이 거의 없다고 각오하는 게 좋아요.
- 목소리·스타일이 자산인 뮤지션이라면 — 그라임스의 Elf.Tech처럼 자기 목소리를 라이선싱 상품화하는 모델을 검토해볼 만해요. 무단 도용을 걱정만 하기보다 먼저 조건을 걸고 공식적으로 여는 편이 나을 수도 있어요.
- B2B 사업 기회를 찾는다면 — 포자랩스처럼 게임사·광고주·소상공인을 상대로 '맞춤형 AI 음원 제작' 서비스를 노려볼 수 있어요. 국내엔 아직 플레이어가 많지 않은 틈새예요.
- 투자자나 관찰자라면 — Suno의 라이선스 모델이 2026년 중 정식 출시될 예정이니 그 반응을, 그리고 유니버설·소니와 Suno 간 소송 결과를 지켜보세요. 이 결과에 따라 시장 룰 자체가 다시 바뀔 수 있어요.
- 국내에서 정식 발매·등록을 원한다면 — KOMCA의 2026년 8월 새 기준(사람의 실질적·주도적 창작 기여를 입증해야 한다는 조건)을 미리 확인하고 작업 과정을 기록해두는 게 좋아요.
지금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그 노래처럼, AI 음악은 이미 우리 일상 배경에 스며들어 있어요. 다만 그 배경음악 뒤에서 조 단위 돈과 소송, 그리고 새로운 사업 기회가 동시에 움직이고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은 아직 많지 않은 것 같아요.
참고 출처
- [AI Music Company Suno Raises $400 Million at $5.4 Billion Valuation - Variety](https://variety.com/2026/digital/news/ai-music-suno-funding-round-400-million-5-4-billion-valuation-1236765727/)
- [What Do the Suno and Udio Licensing Deals Mean for the Future of AI Music? - Billboard](https://www.billboard.com/pro/what-suno-udio-licensing-deals-mean-future-ai-music/)
- [The Velvet Sundown Effect: How a Fake AI Band Hit 1.4M Spotify Listeners - Chartlex](https://www.chartlex.com/blog/streaming/velvet-sundown-ai-band-spotify-case-study-2026)
- [Grimes AI: Elf.Tech, GrimesAI Voice & Royalty Split - AI Musicpreneur](https://www.aimusicpreneur.com/artists/grimes/)
- [獨 법원, AI 음악 개발사 '수노' 저작권법 위반 판결 - 다음뉴스](https://v.daum.net/v/20260731185839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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