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한 거 하나 여쭤볼게요.
혹시 "AI 회사가 원자력 발전소를 되살렸다"는 얘기 들어보셨어요?
그것도 사고로 유명해서 40년 넘게 반쯤 방치돼 있던 그 발전소를요.
농담이 아니에요. 실제로 벌어진 일이고, 심지어 지금 미국 빅테크 4곳이 여기에 건 돈을 다 합치면 원자력 발전 용량으로 10기가와트(GW)에 육박해요(2026년 기준,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이게 얼마나 큰 숫자냐면, 원전 한 기가 보통 1GW 안팎이니까 어지간한 나라 하나의 원전 설비를 통째로 새로 까는 규모예요.
오늘은 이 얘기를 해보려고 해요. "AI가 전기를 너무 많이 먹어서 결국 원자력까지 건드리기 시작했다"는, 아직 한국에서는 크게 얘기되지 않는 흐름이요.
시작은 '유령 원전'이었어요
이 흐름의 상징적인 시작점은 2024년 9월, 마이크로소프트와 미국 발전회사 콘스텔레이션 에너지(Constellation Energy)의 계약이었어요.
무대는 펜실베이니아주의 스리마일섬(Three Mile Island). 1979년에 미국 역사상 최악의 원전 사고가 났던 바로 그곳이에요. 정확히는 사고가 난 2호기 말고, 멀쩡히 돌다가 2019년에 "너무 비싸서" 문을 닫은 1호기 얘기예요.
콘스텔레이션이 이 1호기를 되살리는 데 16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여기서 나오는 전기 835메가와트(MW)를 20년간 통째로 사가기로 계약했어요. 발전소 이름도 아예 '크레인 클린 에너지 센터(Crane Clean Energy Center)'로 새로 지었고요.
목표는 2027~2028년 재가동. 펜실베이니아주는 이 프로젝트 하나로 일자리 3,400개, 주·연방 세수 30억 달러 이상, 주 GDP 160억 달러 기여를 기대한다고 밝혔어요.
죽은 원전 하나를 살리는 데 20년치 전기를 미리 다 사가겠다고 나선 회사가 바로 챗GPT 뒤에 있는 그 마이크로소프트라는 거, 좀 상징적이지 않나요.
"한 세대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기회다." — 마이크로소프트가 이 딜을 두고 한 말이에요.
왜 하필 미국에서, 왜 하필 지금 터졌을까요
이게 마이크로소프트 한 곳만의 얘기였으면 그냥 특이한 뉴스로 끝났을 텐데, 문제는 여기서부터예요. 나머지 빅테크들도 줄줄이 따라붙었거든요.
- 구글: 2024년 10월 소형모듈원전(SMR) 회사 카이로스 파워(Kairos Power)와 계약. 2030년 첫 원자로 가동을 시작으로 2035년까지 최대 500MW를 확보하기로 했어요.
- 아마존: SMR 스타트업 엑스에너지(X-energy)에 투자자로 참여하고(2024년 앵커 투자, 2025년 후속 라운드까지 이어짐), 이와는 별개로 펜실베이니아 서스쿼해나 원전 인근에 200억 달러 넘는 데이터센터 캠퍼스를 짓는 조건으로 기존 원전에서 최대 1,920MW를 확보하는 계약도 따로 맺었어요.
- 메타: 2026년 1월 오클로(Oklo)와 오하이오주 파이크 카운티에 1.2GW 규모 캠퍼스 계약을 맺었고, 여러 원전·SMR 업체와의 계약을 합치면 누적 6.6GW 규모예요.
왜 하필 미국일까요. 세 가지 이유가 겹쳐요.
첫째, 전력망이 못 버텨요. AI 데이터센터 하나가 웬만한 도시급 전기를 먹는데, 미국은 신규 발전소를 전력망에 연결하는 데만 몇 년씩 걸리는 게 현실이거든요. 그러니 아예 원전을 통째로 계약해서 '내 몫'을 확보해두는 거예요.
둘째, 전력 시장이 자유화돼 있어요. 발전회사와 대기업이 직접 장기계약(PPA)을 맺을 수 있는 구조라서, 빅테크가 원전 재가동 비용을 통째로 떠안는 딜이 가능해요.
셋째, 정책이 밀어줘요. 트럼프 행정부 에너지장관이 스리마일섬 재가동을 두고 "행정부 공약을 이행하는 사례"라고 언급할 정도로, 원전 재가동·신설을 정치적으로도 밀어주는 분위기예요.
결과적으로 2026년 현재, 마이크로소프트·구글·아마존·메타 네 곳 모두가 원자력 관련 계약을 최소 한 건 이상 갖고 있는 상태예요. 몇 년 전만 해도 원자력은 '탈원전이냐 친원전이냐' 정치 논쟁의 대상이었는데, 이제는 빅테크 재무제표에 들어가는 계약 항목이 된 거죠.
한국은 지금 어디쯤 와 있을까요
한국은 이 흐름에서 좀 재미있는 위치에 있어요. AI 데이터센터를 짓는 쪽이라기보다, 그 데이터센터들이 필요로 하는 원전·SMR을 만들어서 파는 쪽에 더 가깝거든요.
두산에너빌리티가 대표적이에요. 창원에 SMR 전용 공장을 새로 짓기로 했는데, 투자 규모가 8,068억원, 준공 목표는 2031년 6월이에요. 회사 측은 이 투자 이유를 "AI 데이터센터發 글로벌 전력 수요 증가에 따른 SMR 수주 물량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서"라고 명시적으로 밝혔어요.
가스터빈 쪽도 비슷한 그림이에요. 작년에 북미 시장에 처음으로 가스터빈을 수출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만 국내 3기·북미 7기 등 총 10기를 수주했다고 해요. 북미 수주가 늘어난 이유 역시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 확대와 맞닿아 있고요.
이 밖에도 한전기술(원전 설계), 우리기술(원전계측제어시스템 국산화), 현대건설·국내 조선 3사(SMR 기자재·모듈 제작) 정도가 국내에서 이 흐름과 엮여 언급되는 이름들이에요.
왜 지금이 기회냐면, 한국은 원전을 실제로 지어본 나라가 몇 안 되는 나라예요. UAE 바라카 원전 수출 경험도 있고요. 미국이 SMR 붐을 일으켰는데 정작 SMR을 상업 규모로 지어본 나라는 아직 없다시피 하거든요. 그 틈에서 '설계·시공 경험'을 무기로 파고드는 그림이에요.
근데, 여기서 좀 찬물을 끼얹어볼게요
이 얘기가 다 장밋빛만은 아니에요.
가장 큰 문제는 속도예요. SMR 대부분이 실제 가동은 2020년대 말에서 2030년대에나 가능해요. 그런데 AI 데이터센터는 지금 당장, 올해도 계속 지어지고 있거든요. 즉 "전기 부족한데 원전 짓는다"는 해법 자체가, 지금 이 순간의 전력난에는 답이 안 된다는 얘기예요.
SMR 대표주자로 꼽히는 뉴스케일파워(NuScale Power)의 최근 실적을 보면 이 갭이 더 잘 보여요. 2025 회계연도 매출은 3,148만 달러인데 순손실은 3억 5,579만 달러예요. 아직 상업 규모로 가동 중인 SMR은 전 세계에 사실상 없어요.
카네기국제평화재단 같은 싱크탱크는 "빅테크의 원자력 공약을 미국 에너지 현실과 견줘보면 과장된 부분이 많다"는 취지의 분석을 내놓기도 했어요. 원전 하나 짓는 데 걸리는 인허가·주민 수용성 문제, 사고 한 번이면 전체 프로젝트가 멈출 수 있는 리스크도 여전하고요.
정리하면 이래요. "AI 때문에 원자력 르네상스가 온다"는 큰 그림 자체는 맞지만, "그래서 몇 년 안에 다 해결된다"는 건 아니라는 거예요. 이 갭 사이에서 돈이 먼저 도는 거고, 실제 전기가 나오는 건 한참 뒤 얘기예요.
그래서, 뭘 할 수 있을까요
거창하게 원전을 짓자는 얘기는 당연히 아니고요. 이 흐름을 좀 더 가까이서 들여다볼 수 있는 방법들을 정리해봤어요.
- 미국 원전·우라늄 관련 ETF 들여다보기
- VanEck Uranium and Nuclear ETF (티커 NLR): 우라늄 채굴부터 원전 운영사·기자재 업체까지 밸류체인 전반에 투자
- Global X Uranium ETF (티커 URA): 우라늄 채굴·원전 부품 기업 중심
- Sprott Uranium Miners ETF (티커 URNM): 우라늄 광산주 비중이 높아서 우라늄 가격에 더 민감
- 국내 관련 종목 흐름 지켜보기
- 두산에너빌리티(SMR·가스터빈), 한전기술(원전 설계), 우리기술(계측제어), 현대건설·조선 3사(기자재·모듈) 같은 이름들이 이 테마로 자주 언급돼요.
- 다만 이미 '테마주'로 많이 오른 종목도 있어서, 실제 수주·매출로 실적이 잡히는 회사인지 확인하고 접근하는 게 안전해요.
- 커리어 쪽으로 보는 시각도 있어요
- 전력 인프라·원자력 엔지니어링, 데이터센터 전력 설계 같은 직군 수요가 한동안 꾸준히 늘 가능성이 커요. 관련 전공·경력이 있다면 눈여겨볼 만해요.
- 뉴스 체크리스트로 삼을 키워드
- "AI 데이터센터 전력", "SMR 수주", "PPA(전력구매계약)" — 이 세 단어가 같이 나오는 기사는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거예요.
전기를 많이 먹는 게 AI의 숙명이라면, 그 전기를 누가 어떻게 만들어서 파느냐가 다음 몇 년의 진짜 사업이 될 수도 있겠다 싶어요. 오늘은 여기까지 할게요.
참고 출처
- [Three Mile Island nuclear power plant to return as Microsoft signs 20-year, 835MW AI data center PPA - DCD](https://www.datacenterdynamics.com/en/news/three-mile-island-nuclear-power-plant-to-return-as-microsoft-signs-20-year-835mw-ai-data-center-ppa/)
- [Every Nuclear-Powered Data Center Deal: Google, Amazon, Meta & Microsoft (2026) - smrintel.com](https://smrintel.com/nuclear-data-center-deals/)
- [Beyond the Hype: Assessing Hyperscaler Nuclear Commitments Against U.S. Energy Realities - Carnegie Endowment](https://carnegieendowment.org/research/2026/06/beyond-the-hype-assessing-hyperscaler-nuclear-commitments-against-us-energy-realities)
- [두산에너빌리티, SMR 전용 공장 창원에 건설…8068억 투자](https://v.daum.net/v/20251218160233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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